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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적의 트위터 짧은 픽션 [61] ~ [70] (2010. 5. 14 ~ 6. 24)

[61] J양은 콘서트에 가면 늘 눈을 감는다. 그 편이 집중하기에 좋다고 말한다. “눈을 떴을 때, 그리던 것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면 아득한 절망에 빠지고 말아요. 나에게 뮤지션의 표정이나 몸짓은 중요치 않아요. 그 마음의 풍경이 궁금할 뿐.”


[62]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확률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얘기를 들은 R씨는 비행공포증을 떨치기는커녕 화장실공포증을 새로 얻게 되었다. 변보는 일이 하늘을 나는 일 만큼이나 무시무시해졌다.


[63]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소감. “소음을 감내해 주신 아파트 위, 아래, 옆집 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.” 아랫집 할머니의 눈물. “그 놈이 바이엘 칠 때부터 들어왔지. 발전하는 게 들리면 짜증이 좀 누그러지곤 했어. 말도 마. 그 긴 세월을.”


[64] 흡연자들의 집집마다 잠자고 있는 엄청난 수의 라이터를 모아 비상시 군사용 연료로 사용하려던 군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. 거국적인 ‘라이터 모으기’ 행사 당일,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탄식했다. “아차, 또 두고 나왔네. 김 대리 불 있나?”


[65] 위대한 물수제비 챔피언 Y씨의 역사적 도전 당시 돌 위에 무당벌레 하나가 앉아 있었단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. 거침없이 던져진 돌은 수면을 차며 날쌔게 나아가 며칠 뒤 후쿠오카 해변에 도착했고 벌레는 그제야 아무 일 없다는 듯 날아올랐다.


[66] “샤워볼을 색과 모양, 기능별로 수백 개 갖고 있다는 게 왜 이혼사유가 됩니까?” M씨가 항변했다. “그날그날 날씨나 기분에 어울리는 최적의 샤워볼이 있다구요. 그 누구의 손길보다 큰 위안이 되는. 설마, 아내가 샤워볼을 질투한 건 아니겠죠?”


[67] 그녀의 보조개는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었다. 쉽사리 열리지 않는. 문은 보통 흔적도 없이 닫혀 있었고, 가끔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. 그 세계를 보기 위해 모든 걸 바쳤으나, 난 실패했다. 그녀는 열쇠를 가진 자를 찾아 떠났다.


[68] 불면증 환자 J의 말. “언제나 같은 꿈이야. 지루한 학회발표장. 졸음이 쏟아지지. 그때 단상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조롱해. 저기 자는 분이 있다고. 그때부터 난 졸지 않으려고 기를 쓰지. 그러니 말이야, 숙면을 취할 수가 있겠냐구.”


[69] “내가 보는 빨간색이 당신이 보는 빨간색과 같은 색이라고 믿을 근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. 마찬가지로 내가 느끼는 맛과 당신이 느끼는 맛이 같은 맛이라고 믿을 근거 역시 없지요. 난 맛만 있는데.” 손님의 불평에 주방장이 건조하게 대꾸했다.


[70] “우리 몸에선 매일 세포들이 죽어나가고 그만큼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. 1년쯤 지나면 몸 전체에 1년 전의 세포는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지. 그래서 그런 거야. 몇 년 전 네가 저지른 일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건. 그땐 다른 사람이었다구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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